98년 11월  큰 아이가 11세 5학년, 작은아이가 10세 3학년이 되기까지 자녀교육에 대한 책은 무려 수십권을 읽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약 10년의 교직경력이 있음에도 누가 당신은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냐고 묻는다면 역시 머뭇머뭇 거리며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교육이라는 것은 방대한 영역이고 계속 연구하며 실험해야 될 가치있는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반복과 인내가 동반됨은 물론이다. 

 

  정상적인 부부라면 한 가정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자녀라는 생명체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큰 기쁨과 기대를 갖게 되는지, 태교법부터 영, 유아기의 교육법을 비롯하여 공교육과 사설학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에 만연된 교육열과 합세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보는게 요즘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다. 

 

  하지만 부모자신에게 뚜렷한 교육관이 없이 시대적인 유행에 내어 맡긴다면 그 교육의 결과를 볼 때 만족스런 해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그를 가장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부모도 또한 완성된 인격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배우며 가르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집, 즉 우리 부부가 갖고 있는 함께하는 교육과 분담하는 교육을 이 글에서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첫째로 남편의 하는 일이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목사직이고 또한 그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신념 때문에 우리 가족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영적인 교육에 제일 큰 비중을 둔다. 그래서 매일 아이들과 함께 성경을 읽고,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지를 확인하며 생활에 적용할 것을 찾아내고 자신들의 문제와 친척, 친구, 선생님들을 위해 같이 기도한다. 이런 시간을 통하여 아이들은 죄의 문제를 인지하고 할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을 깨달으며 가족간의 화목과 감사를 갖게 된다. 또 자기 혼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영역이 넓혀지고 일생을 통해 붙들고 살아야 될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우수한 두뇌들은 바로 이런 시간속에서 아버지가 직접 자녀들에게 1대1로 묻고 대답하게하는 끊임없는 교육의 결과로 알고 있다.  

 

  둘째는 학습지도다. 이 몫은 당연히 내 담당이다. 내 교직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아이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교사의 지도를 받아드리면 어떤 특기지도가 아닌 이상, 그렇게 집에까지 와서 과외다 학원이다하며 막대한 사교육비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따르고 존경하며 학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바로 내 역할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무척 좋아한다. 가령 집에 특별한 먹을 것이 생겼다 하면 선생님을 드리고 싶어한다. 요구르트 하나를 들고서도 선생님을 찾아갔다가 안 계셔서 이리저리 얼마를 헤매며 찾았는데도 그 시간이 그렇게 기쁘고 즐거웠다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혼자 미소를 지었다. T.V의 ‘TV는 사랑을 싣고’를 시청하면서 그 애들은 벌써 자기가 나중에 찾아갈 선생님을 생각해 놓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도 이해되지 못한 것은 내가 가르쳐 주는 편이고 가장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는 글짓기와, 독서감상문을 쓸 때에 그 방법들을 종종 도와주고 있다. 독서를 즐겨하고 책을 빨리 읽는 큰아이는 화장실에 가면 웬만한 책은 한권을 읽고 나온다. 요즘은 수학경시대회 준비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결과보다도 한문제씩 풀어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다.   

 

  특별히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아빠 몫이다. 건강을 위한 가끔씩의 새벽등산, 탁구나 배드맨턴치기, 줄넘기등의 실외운동과 장기나 카드놀이 체스, 어려운 만들기를 도와주는 일까지 아빠가 함께 해 주고 있다. 이런 가족들과의 시간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또 정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둘 다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저녁을 먹고나서 가끔씩 화음을 넣어 노래를 부르고 가족들의 생일에는 긴 편지를 써서 저녁에 촛불을 켜고 읽게 했다. 편지에 약속한 내용대로 매일 살지는 못하지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를 격려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몇 가지 예들을 소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내용들을 경험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정말 행복하게 자란다고 생각하는가 이다. 가끔 이 문제를 아이들에게 확인해본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우리집에서 엄마, 아빠의 자녀를 태어난 것이 무척 감사하고 만족스럽다고 한다. 

 

  21C는 전인교육과 함께 외국어 능력, 정보처리능력도 요구되는 시대라서 영어 공부와 컴퓨터등도 학교나 집에서 할 수 있는 한 하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자라온 어린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때에는 학교 다음의 우리들의 공간은 산과, 들, 시내였다. 자운영이 가득 깔린 논에서 뒹굴며 놀며 맛보았던 차갑고 보드라운 풀입의 감촉, 여름이면 미역을 감고 옷을 말리며 송사리를 잡던 시내, 쑥을 뜯던 언덕, 삘기를 뽑아먹고 원추리꽃, 보랗빛 용담등을 꺽고 놀던 산, 나무를 해서 땔감 만들기를 도왔던 그런 자연과의 교감이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방학이나 명절에는 꼭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고 혈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만나게하지만 우리시대에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아이들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동을 통한 훈련이나 경험도 너무 가질 수 없는 요즘의 실태도 우려된다. 또 애써서 반복하며 지도한다 하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는 생활습관등도 함께 계속 노력하며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노력 등을 통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21C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소망을 갖고 우리들은 앞으로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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