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John/엄마의수필 2011. 8. 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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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내 어린시절  92년도 5월 5일에 쓰신 글이다.

 

  “ 엄마 ! 내 고추가 빵구났어.” 두돌이 지난 요한이가 한참 말을 배워가는 중에 자기 고추를 만져보며 말한다.

정말 우스웠다. 그러더니 이제 동생의 우유병을 거꾸로 들고는 떨어지려는 우유방울을 보며 “ 엄마, 우유가 오줌마렵대 ” 하지 않는가?

 “ 우리 요한이 말을 아주 재미있게 하는구나” 하고 또 웃었다.

 

  이런 요한이가 점점 자라면서 나는 그 애의 상상력과 질문들에 대답이 난처해져 갔다. 한번은 마해송 선생님이 쓰신 ‘바위나라와 아기별’의 그림동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요한이가 묻는다. 

  “ 엄마! 나도 이런신 <그림에 있는 아기별의 신> 과 옷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면 아기별이 될 수 있나요?” 

 “ 이것은 그림책이야, 진짜가 아니고.” 그리고 성경 이야기를 듣다가 또 묻는다.

 “ 엄마! 예수님 다리가 얼마나 길어?” “ 왜?”  “ 얼마나 다리기 길면 바다 위를 걸을 수가 있지?”

 “ 요한아! 예수님은 다리가 길어서 걸으신게 아니야, 예수님은 어디든지 다 다니실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이지, 엄마와 요한이의 마음속에도 들어오실수가 있지.”

 

 이렇게 책을 보면서도 신기한 요한은 역시 밖에 있는 동물이나 자연현상을 보아도 마찬가지 였다. 

 “엄마, 까치나 참새들은 왜 사람이 가까이 가면 도망을 가지? 강아지는 내가 가면 좋아서 막 달려오는데.” 

 “아마 자기를 나쁜사람들이 잡아갈까봐 그러나봐.” “그럼 새들도 착한 사람하고는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나는 요한이의 질문에 성 프란시스를 생각하며 답해주었다. “그럼 친구가 될 수 있지.”....

 

  여름,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심한 날이였다. “엄마! 왜 하늘에서 저렇게 불이 무섭게 번쩍거려요?”

 “응, 이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하나님께서 혼내주실려고 그러나봐.”

 “그럼 왜 우리집 앞에서 계속 그래?”  나의 이 재래식 대답은 결국 요한이에게 한방 얻어맞고만 격이였다.

 

  이런 유아기의 요한의 손을 잡고 손을 잡고 별이 뜰 초저녁 구역예배를 드리러 가는길인데 갑자기 하늘을 바라보더니 그애가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엄마! 비행기가 별하고 안 부딪힐려고 피해서 가고 있어요,”

 “그래? 우리 요한이는 시인이구나! 꼬마시인! 다섯 살이 되어 유치부에서 예배를 드리게 된 요한이가 용감한 다윗 이야기를 듣고 난 며칠 후 방안의 책꽂이를 자기 놀이용으로 옮겨놓았다가 다시 제자리에 정리를 하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이 힘이(책꽃이를 들을 수 있는) 어디서 나왔는지 알아요? “하나님이 주셨구나?”

 “해해” 녀석이 수줍게 웃는 모습이 참 귀엽다. 다윗에게 힘을 주신 하나님을 크게 의식했던 모양이었다. 

 

  지난 겨울 눈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그애는 일어나 밖에 나가더니 드디어 “야! 눈이다 눈! 오늘은 하나님이 나를 정말로 기쁘게 하는 날이구나 !” 하고 소리쳤다.

큰 그릇을 몇 개나 날라 밖에 내다놓고는 눈덩이를 뭉쳐 가득 담고 이웃집 형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그 애의 기쁨이 온종일 집안을 출렁이게 했다.

나는 그날이 요한이의 최고 기쁜날이었음을 확인했는데 매일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그애에게 몇가지 덤으로 해 주던날 “엄마 오늘은 핸복한 날이예요”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나도 저런 유년이 있었던가?

새삼 요한이가 부럽다.

 

  요한이는 태어나서 만 4세까지 아빠의 목회지인 공주의 사곡면 가교리에서 자랐다. 얼마나 개구쟁이였는지 천방지축 엉망진창, 종횡무진 이런대명사와 함께 “요란이”라고 불리웠는데 이런 모습과는 달리 얼마나 작은 곤충들에게도 정감어린 표정을 주고 사랑을 나누는지 달팽이를 갖고 놀다 움직이지 않자 쌀통의 쌀을 꺼내 먹으라고 갖다주고 청개구리도 예쁘다고 뽀뽀를 해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점 자라면서 오히려 수줍어하는 소년 같다. 그 애의 막내이모는 요한이를 어린 왕자라고 부른다 어린왕자!지금도 여전히 놀기를 제일 좋아하는 건강한 만 5세의 개구쟁이다. 앞으로도 이 유년의 즐거움과 환상이 그애의 생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지구안의 생명들을 진실로 사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되길 엄마는 기도하며 지켜 보겠다.

 

 


동생과 집앞에서 찍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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