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John/엄마의수필 2011. 8. 1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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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 부터는 아직 이렇다 하게 특별히 기억나게 받은 생일선물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니까 자기들이 생일을 기억해 주길 원하면서 또 엄마 아빠 생일도 극진히 챙겨주는 모습이 대견하다.

 

  올 여름의 내 생일날이었다.

 “엄마 여기 축협인데요. 우리통장 비밀 번호좀 불러주세요.“ “응, 그래 우리집 전화번호야.

여름방학 동안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삼촌과 이모한테 받은 용돈을 저금한다고해서 가까운 축협에 남편이 요한이와 은별이의 통장을 만들어 주었는데 오늘 그중에서 각자 만원씩을 찾아 엄마 생일 선물을 한다는 것이었다.

 

  비까지 많이 오는데 자기들끼리 처음 은행나들이를 한 요한이와 은별이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온다.

 “엄마! 축협에 돈 찾으러 가면서 도장도 안가지고 가고 비밀번호도 몰라서 챙피했어요” 요한이다.

 “엄마! 이돈으로 화장품 선물사고 남은돈 과자파티하게 과자 살께요. 다녀오겠습니다.” 은별이다.

 

  여름방학중이라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잠시 잠을자고 일어나보니 그 사이 아이들은 풍선을 스무개 정도 불어서 스카치 테이프로 거실 벽과 천장에 붙여 화려하게 장식을 해 놓았다. 그리고는 교회행사때면 늘 글씨를 파 오려 부치던 아빠솜씨를 어느새 익혔는지 요한이는 ‘엄마 생일’ 이란 글씨를 오려서 벽에 붙여 놓았다. 은별이는 한사코 그 글씨를 현관문에 붙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은별이는 재빠르게 편지를 써 놓았다가 준다.  어머니께 엄마 생일을 축하해요.  

날마나 우리를 기르시는 엄마!  힘들지 않으세요. 오빠랑 사이좋게 놀구요. 더욱더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을꼐요. 심부름도 잘 할께요.  즐겁게 사는 우리가족 엄마도 즐겁지요?   엄마 생일에, 은별 드림

 

  나는 색상지를 글씨를 오려낸 요한이의 아이디어와 은별이의 편지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진 아침이었다. 이 행복한 아침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데 온몸이 비에 젖은 아이들이 들어온다. 

 “엄마 화장품이 너무 비싸요. 집사님이 깎아 주셔서 2만원에 샀어요. 과자도 못 샀어요.

 ”립스틱과 샤도우다. 은별이는 샤도우가 2천원쯤 할 줄 알았다는데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사랑스런 아들, 딸을 주시다니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글짓기 숙제를 무얼하냐고 묻는 요한이에게 엄마생일을 제목으로 너희들이 했던 일을 써 보랬더니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써 놓지 않았는가? ‘ 여름방학중에 오늘처럼 기쁜 날은 처음이었다 ’ 우리가 사랑할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할때는 이렇게 기쁠 수 밖에 없나보다. 그리고 요한이는 말한다.  “지난번 아빠 생일때는 너무 잘 못해드렸다고, 앞으로 돈을 모아서 아빠 양복을 해드릴까 차를 사드릴까 ?”

 

(95. 8월) 요한 초등학교 3학년, 은별 초등학교 1학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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